식물인간 환자의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이 나와 의료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법 제12 민사부는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존엄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지속적으로 부착한다 하더라도 상태가 회복되거나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또한 다시 의식을 회복해 인공호흡기 없이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환자가 만약 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것을 알았더라면 나타냈을 의사를 추정해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는 자신이 치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는 진료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졌더라도 환자가 만약 자신이 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더라면 나타냈을 의사를 추정할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현재 환자의 상태와 나이 등을 판단할때 만약 환자가 이같은 설명을 들었더라면 안락사를 원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더이상의 처치는 무의미하다며 치료를 전면 중단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는 생명권 등을 들어 모두 기각했다.
이처럼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계에도 큰 파장이 일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는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의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소극적 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원고측 변론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보라매병원 판결 등으로 대다수 의사들이 환자와 마찰을 겪어가면서 연명치료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의사의 판단으로 연명치료를 멈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과연 이번 판결이 끊임없는 논란의 도돌이표를 그리던 연명치료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료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