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리팀 직원인 장아무개씨가 11억7천만원의 공금을 횡령 해외로 도주한 사건이 터지면서 한형일 재무이사와 관련 부서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의협 대의원총회를 한달여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의협이 추진하고 회비인상 등 주요 사업의 발목을 잡고, 더 나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회비납부율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협중 가장 동요가 심한 부서는 경리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총무국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씨가 소속된 경리팀장을 비롯해 사무총장 선까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건 발생직후 한형일 재무이사를 비롯해 총무국장, 경리팀장 등 관련부서장들이 김재정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형일 이사는 "관리감독을 소홀히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님께 사퇴서를 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자금관리 체계상 개인이 단독으로 십수억원에 달하는 큰 돈을 빼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어 경찰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협 주변의 한 관계자는 “통장과 도장이 따로 관리되고 있고, 입출금시 일일이 담당 이사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짧은 기간동안 거액을 빼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협 등에 따르면 장씨는 정상적인 결제라인을 거쳐 돈을 인출한 후 이를 통장에 입금하지 않는 방법으로 두세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뭉칫돈을 빼돌렸으며 사전에 치밀하게 횡령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 99년 경리팀에 입사한 뒤 줄곧 경리업무만 담당해와 인사관리의 허술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다른 주변 관계자는 "조직에서 경리 등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 한해서는 철저하게 보증을 세우는 등 경리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이같은 사전 조치가 허술하고 또 뒷처리도 깔끔하지 못한 것이 의료계 단체들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가까운 예로 98년 병원협회는 경리사고를 낸 박아무개씨의 경우도 이같은 조치가 허술해 횡령액의 대부분을 결손처리한채 무마됐으며 박씨의 행적은 아직도 묘연한 상태이다.
의협의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계관리 시스템이 한층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의협 사무국 직원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해서는 안된다"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뒷처리를 경계했다.
한편 장씨는 횡령사실이 확인되기 이틀전인 22일 저녁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