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료인력 과잉공급 이대로는 안된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의사가 넘치다보니 '醫-醫' 갈등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졸업 후 진료를 다변화하는 등 의사양성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간 갈등과 각계의 반발을 우려해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의 실태와 대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제1부|쏟아져 나오는 '새내기 의사'
|제2부|전문의도 과잉공급, 구조적 문제 있다
|제3부|갈수록 첨예화되는 '醫-醫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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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사 10명중 8명은 전문의일 정도로 '공급과잉'은 전문의 부문에서 더 심각하다.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6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의사의 0.2%에 불과했던 전문의 비중은 83%(2002년)로 증가했다. 미국(65.1%), 캐나다(49.4%), 독일(68.9%), 프랑스(50.7%)에 비해 전문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인구 10만명당 전문의 수도 111명으로 264명인 미국에 비해 낮지만 호주(88명)나 영국(37명)보다 높다. 하지만 갓 면허를 딴 새내기 의사 대부분이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어 전문의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공의 정원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전체 전문의 수가 2010년에는 7만3,323명, 2015년에는 8,633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의가 과잉공급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졸업후 의학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한다.
중앙의대 김건상 교수는 "의대 졸업후 일차진료의로서 능력을 갖추기 위한 추가 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현 시스템은 그러한 수련과정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임상 훈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전문의 과정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이런 비효율적인 인력양성구조는 단과전문의 과다배출로 이어지고 과당경쟁과 의사양성비용 증가, 국민의료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원의의 90.3%가 전문의라는 상황에서 보듯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고 난 뒤에도 단순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용-효과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원급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과목이 아닌 분야의 진료를 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반외과 전문의가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환자를 진료한다거나 내과 전문의가 정형외과 환자를 보는 것이 일차진료현장의 실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의학회가 단과 전문의가 아닌 1차진료 전문의 양성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해 논란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전공의 수련제도도 전문의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의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장기적인 추계 없이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요에 의한 정원을 책정함으로써 의대 졸업생보다 전공의 정원이 많아 100%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레지던트 정원을 전년대비 1.5% 줄였지만 3,327명 정원에 3,150명을 확보 94.1%의 확보율을 보였으며 2003년 91.3%, 2002년 86.7%, 2001년 85.9%를 각각 기록했다.
수련병원들이 교육보다는 일상업무에 투입에 치중하는 등 전공의가 병원들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고, 전문과목별 전속 전문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병원들도 상당수여서 교육의 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의 연간 급여는 인턴의 경우 1,900만원~2,100만원, 레지던트의 경우 1,900만원~2,500만원(2001년)으로 나타나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적정급여액수인 2,800만원~3,000만원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과목간 전공의 지원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 전공의 수급 불균형도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현재의 정원과 확보율을 가정할 경우 재활의학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은 2015년까지 약 50%의 정원감축이 필요한 반면 응급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7개과는 10%의 증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건상 교수는 "우리나라 전문의 제도는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단기처방은 없다"고 잘라말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차진료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과정 마련, 연수교육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국민들도 비전문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향의대 박윤형 교수는 "전문의제도 관리의 주체를 과감하게 의협이나 의학회에 이양, 전문의 자격인정, 정원책정 등을 국가통제에서 민간자율에 맡기는 것이 전문의제도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