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법원이 2000년 당시 의권쟁취 투쟁을 이끈 의사 9인에 대해 사실상 유죄를 확정한 것을 계기로 새삼 작금의 의사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2000년 투쟁이 불법으로 규정되고, 선두에 서서 투쟁을 이끈 김재정 회장 등이 의사면허 취소 위기와 싸우고 있는 상황속에서 단단히 결집되어야 할 의사 사회의 구성원들은 마치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지는 양상이다.
물론 의사사회가 법원의 판단에 맞서 뽑아들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고, 개원가도 사상 최고의 불황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왜 이렇게까지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는지 되돌아보고 자성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리본달기라는 지극히 소극적인 결정조차 지지를 얻지 못하고 여기 저기서 잡음이 들려오는 작금의 상황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의협과 시도의사회장들은 무슨 까닭으로 민초 의사들의 호응과 관심도가 떨어지는지를 겸허하게 살펴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 없이 서둘러 봉합된 장영각씨의 십수억원대 횡령 도주사건, 약대 6년제 등 현안 대응능력 부재, 회비미납 회원 제제 등과 같이 반복되는 아마추어리즘적인 시행착오는 정치력·지도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또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개원가의 분화 현상과 벌써부터 차기 의협회장 선거를 놓고 벌이는 예비후보들간의 경쟁도 의사사회를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사사회의 지도자들은 이같은 지적에 귀 기울이고 이제라도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민초 의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