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환산지수를 결정하게 될 수가협상이 지난 14일 본격 시작됐다.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들은 그동안 10억을 들여 내년 환산지수로 얼마가 타당한지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그 연구결과를 갖고 합의를 모색하는 자리니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이번 수가협상은 5개 단체가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환산지수가 정해질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의원과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의사들이 이번 협상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또한 2001년 수가 계약제가 도입된 이후 단 한차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매번 건정심에서 다수결로 결정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있겠느냐도 관전 포인트이다.
이번 협상에 임하는 공급자 단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보다 치밀한 계산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연합전선을 무너뜨리고 '나 혼자만 살겠다'는 식의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건강보험공단의 자세이다. 정부는 2001년 건강보험재정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무려 1조5000억원의 흑자가 났다. 정부는 이 돈을 모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쏟아부을 작정이다.
공단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 일정부분 기여한 의료계에 대한 보상을 잊어서는 안된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을 가입자를 위해서만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보장성 강화에만 올인하지 말고, 의약단체의 현실을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공급자 단체가 발버둥을 치며 요구하기 전에 공단에서 먼저 적정한 협상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