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손해보험 회사와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주 열린 자동차보험협의회에서 의료기관들의 불법 허위청구 등을 트집 잡아 경찰에 고발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진 삼성화재 가입 환자의 진료를 거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의협은 최근 서울 일부지역에서 벌어진 의료기관들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삼성생명의 수사의뢰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시범케이스'로 걸려든 것이다.
그동안 손해보험 회사의 의료기관 고발은 일부 허위 부당청구를 일삼는 일부 의료기관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 엄연한 의료계 전체의 문제이기도 했다. 여론은 의사들을 사기꾼으로 몰았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의료기관들을 마구잡이고 고발한데는 의료기관들이 정면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일조했다.
따라서 의협의 이번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큰 효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손보사들은 의료계가 자보환자 진료 거부라는 초강수를 둘 것으로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의협은 이번 결정에 따른 행동강령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강한 결집력 없이는 손보사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신들의 결정에 위법의 소지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칫 허점을 보임으로서 손보사들에게 역공을 당할 우려가 크다. 그리고 그간 손보사들이 취한 고발조치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손보사들이 억지를 부린 것인지, 실제 문제 삼을 부분이 있었는지 밝혀내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손보사들의 횡포에 대해 의료계가 말 한마디 못하고 고스란히 당한 사실은 참으로 황당하다. 의협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손보사들에게 확실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