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 병원신임위원회가 전공이 겸직금지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수련병원장의 감독하에 수련시간 외 시간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야간당직 등의 근무를 하는 경우 겸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불법이던 전공의의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를 합법화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활동의사의 86% 가량이 전문의인데, 개원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들은 심각한 의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더우기 야간당직 의사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병원에 고용된 전문의들이 당직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야간당직의를 구하지 못한 병원들은 궁여지책으로 전공의들과 공중보건의, 심지어 군의관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전공의들도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관행화된 불법을 저질러 왔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복지부가 최근 실시한 전공의 겸직 허용관련 설문조사에서 수련병원과 학회에서는 겸직 허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비수련병원과 전공의는 찬성이 더 많았다고 한다. 겸직금지는 문제가 있다는 법률적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전공의 아르바이트 허용은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 레지던트 교육기간은 3년으로 봐도 무방하다. 4년차때는 전문의 시험을 핑계로 업무에서 손을 떼기 때문이다. 또 진료과간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시간이 남는 내과 계열전공의들이 주로 아르바이트에 나설테고, 일이 많은 외과계열은 엄두도 못낼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응급환자 발생시 대처능력의 미흡이다. 메스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전공의들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머리가 깨지고, 내장이 파열된 응급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의료분쟁을 양산할 위험이 매우 크다.
중소병원의 당직의사 수급불균형 해소 등 근원적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전공이 겸직금지를 완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나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