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회비유용 의혹으로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내부고발로 3개월간 진행된 200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가 나온 9월에 한차례 파문을 몰고 오더니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임원보선을 위한 임시총회를 앞둔 22일 병원협회 회원 병원장들에게 '긴급회람'이 날아들었다. 문제의 감사보고서다. 이 감사보고서는 하권익 김징균 감사가 사임하게 된 배경까지 설명하고 있다. 두 감사는 감사보고서에서 "자료분석, 해당자의 소명 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에 2억2300만여 원이 쓰였다" 그 내역을 조목조목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기로 한 사람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다시 사임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병원협회는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 대부분을 회원병원들이 낸 회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2억원이 넘는 회비가 개인용도로 유용됐다는 감사보고서가 이 시점에서 공개된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협회의 도덕성에 큰 오점을 찍으며 앞으로 회비 징수 등 여려부분에서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일로 병원협회가 사분오열되는 조짐까지 보여 우려된다.
지금까지 의료계 단체들에서는 돈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횡령한 범인들이 검거되지 않는 등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되어 왔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이로 인해 협회에 대한 회원들의 불신은 날로 쌓여가고 있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가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결과는 회비납부율의 하락으로 드러나고 있다.
병원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대충대충 이번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발상은 금물이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번 일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