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사퇴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후임에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내정됐다. 청와대는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식견이 탁월하고 매우 개혁적이고 합리적이며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소신이 뚜렷해서 연금 제도 개혁이라든가 사회 양극화 완화, 또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책 등 보건복지부가 당면한 현안을 원활하고도 또 성과있게 처리해 나갈 적임으로 판단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 내정자에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의료계의 눈에 유 내정자는 보건복지전문가라기 보다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비쳐진다. 또 지난 2004년에 과잉약제비 환수법안의 입법을 추진하던 '반의사적'성향의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유 장관 내정자는 우선적으로 이런 주변의 인식을 씻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논란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전문 직능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얽히고 설킨 복잡 다단 배경속에 있다는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의약분업 때와 같은 큰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다. 특히 복지부의 수장으로서 의료계를 적대적 관계로 생각지 말고 국민의료를 이끌고 갈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 의료시장 개방 등 보건복지 현안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건강보험재정안정화 특별법 만료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련하는데도 변화된 인식과 열린사고를 요구한다.
유 장관 내정자는 장관 내정이 발표된 직후 논평을 내어 "비판과 걱정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빚어진 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다른 모든 일을 다 잊고 오로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부디 이런 초심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