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관절염으로 10여 년 넘게 통증과 불편함으로 고생을 하던 83세의 최 모 할머니가 지난해 마침내 수술을 결심했다. 그동안 수술을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는 80세를 넘겨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가족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80세 넘겨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는 게 왠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고 수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선뜻 수술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10여 년간 약으로 통증을 조절하는데 그쳐야 했고 최 모 할머니는 그 사이 근육과 뼈가 크게 약해져 걷는 것 조차 힘들게 됐다. 결국 최 모 할머니는 올초에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잘 끝났고 지금은 산책은 물론 얼마전에는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10여년간의 불편함과 고통을 생각하면 좀더 일찍 수술을 받았으면 더 편안하게 살았을텐데 라며 후회가 되더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남자 75.1세, 여자 81.9세로 고령화 사회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 10년전에 비해 남자는 8년, 여자는 6.5년 더 살고 있다. 70세를 고령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듯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병원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을 꺼리던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이제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기꺼이 수술장에 들어서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96년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세 이상 고령인이 84명에 불과했으나 10년이 지난 2005년에는 36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4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고관절 골절로 병원을 찾은 100세 넘은 장수인 2명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했고, 올해만 해는 90세 이상의 노인 2~3명의 수술을 집도했다. 또한 2006년도 심평원의 자료에 따르면 총 38,733명 중 70세 이상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람이 45%에 달하는 17,48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공관절수술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몇년전에는 78세에 심장이식을 받기도 했고, 80세 넘어서 심장수술을 받는 환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마취와 수술기법의 발달, 재료공학의 첨단화를 바탕으로 고령노인들의 수술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정확하게 진행된다.
연령이 높아진다고 수술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리적 연령이라고 말하는 건강나이가 더 중요하다.
80대라도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정상수치이고 50~60대와 비슷한 뼈와 근육의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수술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 반면 50~60대라도 건강나이가 80대 이상인 사람은 수술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겉으로 들어난 나이보다 건강나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여기에 고령자들의 수술을 가로막는 것은 본인과 가족들의 걱정과 망설임이다. 실제로 수술여부를 고민하다 수술을 받고 난 다음에는 이렇게 간단한 줄 알았으면 진작했을 걸 왜 지금까지 고통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지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만약 최 할머니가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머지않아 가족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뒤척일 수 있고 화장실도 자신의 의지대로 갈 수 없는, 의식은 멀쩡해도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구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치매나 만성질환과는 다르다. 수술을 하면 산책이나 등산, 수영, 여행을 하며 정상적 삶을 살 수 있고 여기에 나이는 참고 사항이 될 뿐이다. 누구나 장수를 꿈꾼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아니라, 건강하고 통증없이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