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의 의원이 하나의 물리치료실을 공동이용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가 “의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도, “고시에서 시설기준을 정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그 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P정형외과 원장은 지난해 같은 건물에 위치한 다른 정형외과의원과 물리치료실을 공동으로 이용해 오다가 “물리치료 및 검체결과에 대해서는 시설의 공동이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 2천여만원의 진료비를 환수당했다.
이에 모 원장은 지난해 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고자 보건복지부에 ‘개인의원끼리 의료장비, 시설 및 인력의 공동사용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질의를 제기했다.
이 질의에 대해 먼저 보건의료정책과측의 답변은 의료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지난 1월 이에 대한 행정해석을 통해 “장소협소 또는 고가장비의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시설이나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경우 환자의 진료상 필요에 대해 다른 의료기관장의 동의를 얻어 물리치료실을 공동 이용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보험급여과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물리치료는 복지부 고시에서 시설 기준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이용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급여과는 행정해석에서 “물리치료와 같이 건강보험급여행위및그상대가치점수에서 별도의 시설 장비 및 인력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이를 우선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동이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이유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복지부는 한편으로 개방병원 제도를 통해 의료기관 간에 장비를 공동이용해 불필요한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려는 정책을 펴고있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의원들간에 자발적으로 시설을 공동이용하겠다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고시를 이유로 이를 막는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형외과 개원의는 “복지부 고시에서 시설 기준을 정해놓은 것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오히려 진료비 삭감을 위한 빌미로 악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복지부에 질의를 제기한 P정형외과의 경우 보험급여과와 심평원이 급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결국 기존의 물리치료실 중간에 칸막이를 설치해 두 개 분리한 뒤 따로 물리치료사를 고용해 삭감을 피해나가고 있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 복지부 고시로 인해 괜한 자원과 인력을 낭비하고도, 실제로 한 곳을 공동이용하던 종전과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P정형외과 원장은 “사실 고시의 내용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지만, 계속 부당성을 제기해봤자 피곤하기만 하고 해결될 기미도 안 보여서 이렇게 불필요한 비용만 부담하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결국 의료법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뿐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시책에도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시설기준을 정해놨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복지부의 유연성 없는 행정해석으로 의료기관만 이중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