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면병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소인을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미국, 일본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기면병 치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수면클리닉 홍승철, 정종현 교수팀은 미국 스탠포드대학, 일본 도쿄대학 교수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기면병 관여 유전자 소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면병 연구를 위해 일본과 한국, 미국에서 총 811명의 기면병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하이포크레틴 (hypocret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기면증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면병은 낮 시간에도 과도한 졸음과 탈력발작, 입면 시 환각, 수면 마비 등을 동반하는 수면장애로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HLA-DRB1*1501과 HLA-DQB1*0602 유전자가 기면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하이포크레틴의 활성도와 관련된 CPT1B, 수면을 조절하는 아세틸콜린의 대사와 관련된 CHKB 효소를 담당하는 유전자의 활성도 감소가 기면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기면병 환자들은 rs5770917이라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변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밝혀내 향후 연구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승철 교수는 "그간의 연구보고를 뛰어넘어 HLA 이외에 기면병과 관련성이 있는 다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로 향후 새로운 기면병 치료법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기면병 치료가 기면병 자체의 병태생리를 회복시키는 것보다는 단순히 졸음과 관련된 증상을 조절하는 데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즉, 하이포크레틴 결핍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과거 연구의 한계점이 없어진 것이다.
홍 교수는 "기면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Nature genetics'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