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 몰락은 전 국가적인 재앙으로 다가올 겁니다. 미세한 수가조정 등 미봉책으로는 더이상 막을 수 없는 단계가 됐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대장항문외과학회와 삼성서울병원 외과를 이끌고 있는 전호경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현재 외과가 처한 상황을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1년간 대장암절제술 1500례라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그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15일 "삼성암센터가 개원하고 몰려드는 환자들을 정신없이 수술하다보니 1년간 1500례나 대장암절제술을 시행했더라"며 "하지만 이것이 과연 자랑할만한 일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형병원으로만 환자들이 몰리는 지금의 상황이 외과는 물론, 한국의 의료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호경 교수는 "이렇게 대형병원으로만 환자들이 몰리면서 일선 개원가는 전문과목조차 표시하지 않는 상황에까지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의료불균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을 돌려보낼수도 없으니 딜레마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심지어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환자가 없어 수련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가고 있으니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학회의 수장으로, 국내 정상급 병원의 외과장으로 외과의 몰락을 지켜보는 마음이 서글프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수술을 하면 적자가 나는 부조리한 수가에 시달리다보니 전공의들도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메스를 잡을 의사가 없어 외국에 나가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최근 '외과살리기'라는 명목아래 시행되는 정책들을 보면 더욱 한숨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한 미봉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호경 교수는 "외과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진료과"라며 "이대로 미달사태가 지속되고 우수인력이 유출되면 수술방이 비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외과의사들이 아무리 이러한 현실을 알려도 국민들도, 정부도, 더욱이 의사들조차도 진료과목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돈 몇푼을 위해 수가나 올리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이 인식을 전환하고 의료시스템 전체을 뒤바꾸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더이상 의사들의 희생으로 건보재정을 운영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바탕에서 의료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각오없이는 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