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경 점심시간을 마친 A정형외과 대기실. 환자 한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예년 같으면 점심시간 동안 몰려든 환자들로 대기실에 빈자리가 없었지만 요즘은 썰렁함이 감돈다.
산부인과의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9일 저녁 7시 B산부인과의원. 저녁 8시 30분까지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기실은 텅 비었다. 마침 환자 한명이 들어오자 대기시간 없이 바로 진료실로 직행해 진료를 받았다.
정형외과 한 관계자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대기실이 비어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환자 급감 심각한 수준…급여과까지 확산
개원가가 극심한 환자 가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다.
개원의들은 "없다 없다해도 이렇게 없는 건 처음"이라며 "최근에 약국 처방이 줄었다는 것만 봐도 의료기관들의 하소연이 가벼운 투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 접어들면서 그나마 버티고 있던 급여과 개원의들까지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형외과는 미용성형외과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적인 경기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영등포에 정형외과 한 개원의는 "지난해 세계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1500원, 2000원 하는 본인부담금도 손벌리기 어려워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노인을 주요 환자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정형외과는 경기한파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백경열 회장은 "작년 이맘때 90~100여명을 진료했지만 최근에는 60~70여명에 불과, 절대적인 환자 수가 줄었다"며 "아침, 점심시간대 그나마 수업을 들으려는 직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독감환자 끊기면서 수직감소…산과검진 '보건소'로 이동
또한 독감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내과나 소아청소년과도 급격히 어려워졌다.
감기환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난해 11~12월까지만 해도 감기환자가 꽤 있었고 마침 올 겨울에는 독감이 심각해 내과, 소아청소년과에서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독감시즌이 마무리되고 올 1월을 거쳐 2월에 접어들면서 환자 수가 수직으로 하강하고 있다.
서초구 한 내과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환자수가 30%까지 줄었다고 했다. 경기도의 K소아청소년과의원도 1월 중순부터 환자가 급격히 줄기 시작해 2월 현재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소아청소년과의원 중에는 최근 하루평균 환자 50명도 없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각한 것은 이같은 현상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산부인과는 경기침체로 출산율이 더욱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산모 대부분이 산전검사 등에 대해 무료로 할 수 있는 보건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정작 산부인과를 찾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구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산모들은 정기검진도 건너 띄거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아파도 심각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않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올해까지 경기침체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의 환자 급감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