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이식의 의학적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장기이식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은 세계 최악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이식학회(이사장 서울아산병원 한덕종)는 9일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이식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사 장기이식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앞서 있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뇌사 장기이식 후 5년 생존율을 보면 신장의 경우 한국이 85.6%, 미국이 67.5%이며, 간장은 한국이 70.5%, 미국이 67.6%, 췌장은 한국이 79.6%, 미국이 50.6%, 심장은 한국이 74.7%, 미국이 73.2%로 한국이 우위에 있다.
다만 폐이식은 한국이 27.3%인 반면 미국이 4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기이식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생체기증자수가 정체되고 있고, 뇌사기증자 역시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나가 원정이식을 하거나 이식 대기중 사망이 증가하고 있으며, 투석 등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대한이식학회는 장기이식 활성화를 막는 3가지 문제점으로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기 조건 △수혜 대기자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적절한 수혜자를 찾지 못하는 점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장기기증자 및 수혜자 규정을 경직되게 적용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한덕종 이사장은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기조건이 되는 것은 시간 지체와 각 장기별 선택요건이 다르고 일부 장기는 까다롭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시스템상 결함으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재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이식학회는 2007년 9월 장기이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한 명의 뇌사자로부터 얻은 두 개의 신장을 장기기증자 발굴병원과 HOPO(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에 각각 1개씩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다시 말해 당뇨병성 말기신부전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신-췌장동시이식대기자의 이식 대기시간이 늘어나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폐기되는 췌장이 늘어나는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조원현(외과) 의료원장은 “물론 인센티브제도 시행을 통해 장기이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라면서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해 인센티브제도를 필요 없게 만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의료원장은 “무엇보다 장기이식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윤리적 문제로 인해 세계적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어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한이식학회는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장기이식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독립장기구득기관(IOPO)을 설립해 잠재뇌사자 평가, 기증 동의 획득, 뇌사자 관리 및 장기적출, 사후관리, 홍보 등을 전담토록 하고, 뇌사 장기 분배 과정에서의 공평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 잠재뇌사자를 장기구득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의학적 기준에 따른 뇌사판정을 현 뇌사판정위원회가 아닌 소정의 교육을 받은 신경과 등 전문의사 2명이 할 수 있도록 효율화할 것도 정부에 요구했다.
한덕종 이사장은 “뇌사자 장기기증자 가족, 장기이식 수혜자, 장기이식을 수행하는 의료인이 가장 편하고 적절하며, 그들을 위한 법이 적용될 때 국내 장기이식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