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의협회장 선거가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서울 11개 구의사회 총회가 열린 26일 총회장을 찾은 후보와 운동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후보들의 얼굴 알리기는 회원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이날 은평구의사회에서 만난 한 회원은 "오늘 구의사회 총회에 모 후보 운동원이 왔지만, 어느 후보 운동원이고 언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눈여겨보는 이가 없었다"며 "그간 의사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용산구의사회에서 만난 L 원장도 "나는 그나마 의협회장 후보 이름 정도는 알지만, 다른 회원들은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원의 K씨는 "의협회장 후보가 누구인지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대학병원은 더 심각하다.
출마한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Y 대학 B교수는 "누군가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연구실에 불쑥 밀고 들어와 짜증만 났다"고 말했다.
동문회 사무실로 부터 후보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인하고 왔다는 U 교수는 "추천서에 사인은 해줬지만 투표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투표해 뭐하느냐"며 "의협 일에 관심 끊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전공의도 마찬가지다. K대학 전공의 3년차인 K씨는 "후보들은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투표를 하느냐"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투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사정도 비슷하다. 전남의 한 개원의는 "후보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어 누구를 찍어야할지 정하지 못했다"며 "과거에는 전문지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선거는 그런 배려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캠프는 득표 운동보다 투표 참여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지신의 연구지역이나 동문들의 투표가 득표에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모 후보는 "투표 참여율이 낮으면 또 다시 대표성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고 대외적 위상도 낮아질 것"이라며 "주요대학 병원장과 보직자들을 만나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