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들이 해외환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빅5’ 가운데 유독 서울아산병원은 미온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의 노림수는 뭘까?
연대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은 후 대학병원 중 가장 먼저 해외환자 유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고대의료원, 건국대병원 등 10여개 대학병원들이 해외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JCI 인증 절차를 밟고 있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미국 LA사무소를 개설해 해외환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삼성의료원, 가톨릭대의료원 등도 각각 삼성암센터, 서울성모병원 개원을 계기로 해외환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예외라고 할 정도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이유가 뭘까?
서울아산병원 이상도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환자 유치와 관련해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이상도 실장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정주영 설립자는 의료소외지역인 농어촌 벽지에 먼저 병원을 설립한 후 나중에야 서울아산병원을 지었다”면서 “국내에서 행하고 있는 이런 방식을 아시아권으로 확대해 글로벌리제이션을 꾀한다는 게 서울아산병원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복지재단이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기 위해 병원을 설립한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의료봉사나 외국인의사 교육사업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붐이 일고 있지만 성형이나 피부관리 등은 개원가의 몫”이라면서 “대학병원은 장기이식이나 심장질환, 암질환 등 중증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이런 차원에서 해외환자 유치에 관심이 있지만 현재 의료소송이나 비자 발급 등 국내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일 뿐 아니라 좀 더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어 외국인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몇 년전부터 외국인의사 250명 가량이 연수를 받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8월 이전에는 외국에서 연수 요청이 오더라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정도다.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의료선진국의 의사들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이식, 심장수술 관련 연수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심혈관 조영술 연수를 받으려는 외국인의사들이 늘어나자 아산 심혈관교육센터까지 설립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싱가폴 국립대병원 간호사들까지 2주간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외국의사들이 연수를 받는 동안 아산병원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도록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면 이들이 자국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가 발생하면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의사, 간호사들이 연수받는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축적되고, 이들이 자국 환자들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는 기반을 우선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국의사들이 서울아산병원 입소문을 내도록 하겠다는 게 해외환자 유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