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와 수혜자간 ABO 혈액형이 부적합하더라도 간이나 신장 등을 장기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혈액형이 달라 가족이나 비혈연간 생체 장기 이식이 어렵거나, ABO 혈액형이 적합한 뇌사자의 장기 기증만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일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과 신장이식팀이 지난해 말부터 3월말까지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 수술 8건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8명 모두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간이식팀(팀장 이승규 교수)은 지난 해 11월 말기 간경화와 간암으로 투병중인 A형 김모씨(40)에게 B형인 부인의 우측 간 일부와 A형인 뇌사자 좌외분절(왼쪽 가쪽 구역) 간 일부를 이식하는 ABO 혈액형 부적합 첫 2대 1 간이식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후 3월말 현재까지 ABO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말기 간경화나 간암 환자 7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었다.
지금까지 ABO 혈액형 부적합 2대 1 간이식 3건을 포함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7명 모두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국내 대학병원에서 ABO 혈액형이 부적합한 성인에서 간이식을 성공한 적은 있지만 ABO 혈액형이 부적합한 경우 장기이식이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간이식팀장 이승규 교수는 “ABO 혈액형 부적합 2대 1 간이식을 연속 성공함으로써 지금까지 보편화되지 않았던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의 장을 연 것은 물론 기증 장기 부족이라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교수는 “현재 간이식 대기자 2700여명, 신장이식 대기자 7800여 명이라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뇌사자 기증이 늘고 있지만 필요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ABO 부적합 이식수술의 보편화가 기증자 확대로 이어져 국내 장기이식 활성화에 기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장이식팀(팀장 한덕종 교수)도 지난 2월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B형인 김모씨(36)에게 AB형인 언니(41)의 신장을 이식한 결과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거부 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회복중이다.
한덕종 교수는 “일본 동경여대의 경우 전체 신장이식의 약 20%가 혈액형 부적합 이식으로 이루어질 만큼 안정성이 보장된 수술 방법”이라며 “이식 성공률 또한 혈액형이 적합한 경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은 기존의 ABO 혈액형 적합 이식수술과는 달리 환자에게 이식전 항체 형성억제제를 투여하고, 혈장교환술을 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송기원 교수는 매주 화요일 오후 ABO 부적합 간이식 클리닉을 개설해 ABO 혈액형이 부적합해 가족이나 비혈연간 생체 장기 이식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담하고 있다.
한편, 1996년 2월 이승규 교수가 국내 최초로 ABO 혈액형이 부적합한 이모(9) 양에서 생체 부분 간이식을 성공했으며, 간이식을 받은 이 양은 현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