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처방당 약품목수 등급공개를 두고 병원계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제왕절개분만율이나 항생제처방률과 달리 그룹별 상대평가방식으로 진행되더보니 실질적으로 약 품목수를 줄였음에도 등급상향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지적.
특히 등급공개에 민감한 대학병원들은 심평원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송재성)은 최근 병원별 약품목수 등급을 포함한 '2008년 3분기 약제급여적정성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심평원이 공개한 평가결과에 따르면 42개 종합전문요양기관 가운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10곳은 처방당 약품목수 'A' 등급을 기록했다.
이어 강북삼성병원 등 11곳은 B등급, 부상대병원 등 10곳은 C등급, 경희대부속병원 등 11곳은 D등급을 받았다.
각 등급별 기관 수가 거의 유사한 것은 이번 평가가 종별 상대평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 심평원은 평가결과 대상기관들을 종별로 구분, 백분위순위를 25%씩 4단계로 분류해 양호한 기관부터 A, B, C, D로 등급으로 나누어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그룹내 병원끼리 치고 받고…"소비자 혼란만 조장"
그렇다보니 이번 평가등급은 전에 없는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평가이후 약 품목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이 같은 내용이 평가등급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
처방당 품목수 등급이 처음 공개된 2008년 1분기와 최근에 공개된 3분기 자료를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처방당 약품목은 3.32개에서 3.25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 기간 등급변동이 이루어진 곳은 단 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대평가이다보니 실제적으로 등급상향이 이루어진 곳은 3곳, 반대로 나머지 3곳은 이들에 밀려 등급이 떨어졌다.
실제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연세원주기독병원의 등급이 1분기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향조정된 반면, 고대구로병원의 등급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또 길병원과 부산백병원의 처방등급이 각각 D에서 C로 상향되면서, 기존 C등급 그룹에 있던 가톨릭성모병원과 원광대부속병원은 최하위 등급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등급이 밀려난 고대구로병원과 가톨릭성모병원, 원광대부속병원 등도 동 기간 약품목수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성모병원의 경우 호흡기계 질환 처방당 품목수가 1분기 4.18개에서 3분기 4.12개로 줄었고 고대구로병원도 3.8품목에서 3.7품목으로 처방당 품목수를 줄였다. 약품목수를 줄이고도 공개등급은 되레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절대적인 처방당 품목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내부경쟁을 촉진하자는 의도로 상대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병원계는 심평원의 무리한 등급산정 및 공개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체요양기관이 42개 뿐인 종합전문요양기관까지 상대평가라는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는 주장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처방당 품목수가 줄어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등급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처방등급 공개로 소비자들에 올바른 선택정보를 제공하겠다더니 외려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