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의 갑작스러운 석면탈크 의약품 발표 다음날인 10일, 의료기관들은 혼란을 겪었다.
당장 어제 하루동안 병·의원에 방문,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민원이 들어오고 의약품 대체처방을 해야기하 때문에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원내조제가 많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혼란이 더욱 컸다. 석면탈크 의약품 명단이 미처 전자청구시스템에 반영되지 못하다보니 의약품 처방·조제시 일일이 그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당초 복지부와 심평원은 석면탈크 의약품 가운데 급여중지품목에 대해서는 팝업공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의약품 코드 확인작업이 지연되면서 오후까지 서비스를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병의원들은 복지부와 심평원, 식약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의약품 목록과 처방내용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더딘 작업을 진행했고, 쏟아지는 처방변경 문의에 대응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경기도 A비뇨기과의원에는 아침부터 어제 처방해간 약을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환자가 찾아왔다. 어제 오후 언론매체를 통해 석면탈크 관련 보도를 확인한 환자들이 약 처방을 바꿔달라며 온 것이다.
A비뇨기과 김 원장은 "비뇨기과는 장기처방 받아가는 경우가 꽤 있는데 만약 어제 약 처방을 받아간 환자들이 모두 찾아올까봐 걱정"이라며 "일단은 찾아온 환자들에게는 대체처방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B내과의원 박모 원장은 오늘만해도 수차례 약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식약청에서 발표된 의약품 중 평소 처방 의약품이 포함돼 있어 대체처방한 것이 인근 약국에 없는 의약품이었던 것. 결국 그는 약사와의 통화를 통해 처방을 바꿔야했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처방변경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환자 차트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불편이 컸다"며 "특히 지방환자의 경우 가령 석면탈크 의약품이 처방된 경우 환자가 이를 확인했더라도 약을 바꾸기 위해 서울로 올라올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식약청의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개원의는 "식약청의 이번 조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과장됐으며 너무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성이 야기되는 의약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어떤 기준도 없던 것을 이렇게 혼란을 겪으면서까지 왜 무리하게 추진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험청구 삭감을 9일에서 10일로 연기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잘모르는 개원의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뒤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하며 그 주인공은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아닌 정부가 돼야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심평원에도 병·의원들의 항의와 문의가 빗발쳤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에서 급여중지 의약품 여부와 대체가능한 품목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식약청에서 제공한 목록, 코드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바로 전자청구시스템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은 이에 대한 확인을 복지부와 식약청에 요청해놓은 상태로 회신이 도착하는 즉시 해당 의약품 코드작업을 완료해 DUR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