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임대 재계약 시즌을 맞아 원장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불황 여파로 인한 환자 감소로 의원급의 경영수익이 하향곡선을 보이는 가운데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에 눈치를 보는 원장들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련병원 의국의 시작과 군 제대, 전문의 취득 등 매년 반복되는 의사들의 사이클상 4~5월이나 9~10월 개원과 이전이 빈번해 건물을 임대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당수 원장들은 봄 시즌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강북에 위치한 한 개원의는 “환절기를 맞아 환자수가 소폭 늘어나 이제 기지개를 펴나 했더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적어도 10% 이상 올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답답해졌다”면서 “경기침체로 환자가 줄었다는 말은 건물주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도시가스비와 4대 보험료 등도 올랐고 어렵다고 해도 간호사를 잡기 위해서는 조금이나마 월급을 올려줄 수밖에 없다”며 “동료의사를 만나도 환자수 얘기와 임대료 등 답답한 현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 또 다른 개원의는 “10년 넘게 임대 계약을 하고 있는데 건물주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인상률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환자를 발굴해 진료건수를 늘리는 방법 밖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며 팍팍한 개원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막상 이사를 가려고 해도 이사 비용에다 인테리어까지 다시 하려면 몫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구에 위치한 개원의도 “서울과 달라 3~5년의 장기 계약을 하고 있어 한결 가벼우나 내년이면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황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폐업과 이전 등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건물주가 가끔씩 환자수를 늘었냐고 물어볼 때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자기 건물에서 개원 중인 인천 한 개원의 역시 “건물을 소유했다고 하나 지금도 대출이자로 헉헉거리고 있어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고 전하고 “환자는 줄고 빈 병실은 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불황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