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차등수가제 개선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개선 약속 이후 7개월이 지난 이달에 들어서야 뒤늦게 연구용역 공모에 나섰지만 3개월의 연구기간과 후에 있을 검토작업 등에 소요될 시간까지 고려할 때 최악의 경우 '입도 떼보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회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최근 '진찰료(조제료) 차등수가제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키로 하고 지난 4일 연구기관들의 입찰을 받았다.
이는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국회의 차등수가제 개선 요구에 대한 후속조치.
심평원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환자 수 및 처방전 건수에 따른 차등수가 적용기준 개선방안 △1일 진료시간에 따른 차등 적용방안 △진료부문별 및 종별 차등 적용방안 △진료과목별 차등 적용방안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차등수가제도에 대한 개선의견 등이 개진됨에 따라 진찰료 차등수가 적용 환자 수 및 차감비율의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차등적용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용역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선 약속 후 마냥 '하세월'…7개월만에야 연구용역
이번 연구용역 공모로 정부가 차등수가제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첫 준비작업에 착수한 셈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비판여론이 더 높다.
국정감사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냐는 질책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정부의 말만 믿고 수가개선을 기다려왔던 개원가에서는 정부가 마냥 하세월만 보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의 지난 7개월을 들여다보자면 이렇다할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초 정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직후 심평원에 의협 등 의료단체들에 대한 차등수가제 의견조회를 받도록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어지면서 제도개선 논의가 유야무야 됐다. 소위말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이후 지난달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에서 차등수가제 개선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지만, 가입자단체 등이 정부의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실상 이번 연구용역 또한 당시 가입자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한 수준. 당시 가입자측은 아무런 준비없는 논의는 소모적인 논쟁만 부를 수 있다며 정부측에 제도개선 안을 마련,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감사 당시 동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던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연말까지는 의료법 처리에 주력하느라 신경을 못 썼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면서 "이후 제도개선 소위서 가입자단체들이 정부안을 요구했고, 연구용역이 끝나는 대로 논의를 개시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 빨라야 8월말 윤곽…제도개선 어느세월에?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정부가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구용역에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연구를 거쳐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부에서 이를 검토, 정책방향을 수립하는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
더욱이 4일 있었던 심평원 연구용역 입찰이 무위로 돌아가, 일이 더욱 지연되게 됐다. 단 1곳만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재공모가 불가피하게 된 것.
심평원은 6일경 재공모에 들어가 늦어도 이달 중 계약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정부의 안을 가지고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공익이 함께 참여하는 복지부 건정심 논의과정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삼자간 첨예한 입장차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차등수가제를 개선하겠다는 말 뿐 정부가 지금껏 해놓은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지금까지의 정부 태도를 보자면 과연 정책개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