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및 지방흡입술을 받은 뒤 화상상처가 나타났더라도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만한 개연성도 없는 이유로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의사가 지방흡입기기를 잘못 조작해 수술부위에 화상을 입었다며 환자와 그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들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12일 판결문을 통해 "의사의 과실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도 없는 사정으로 막연하게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의사의 과실로 시술부위에 화상이 생겼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환자 A씨가 B성형외과에서 유두재건 및 복부지방흡입술, 등배부지방흡입술을 받은 뒤 등배의 상부중앙부분에 대칭적인 물집이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이 물집이 2도 및 3도 화상이며 영구적인 반흔이 남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자 의사가 지방흡입기기를 잘못 사용해 생긴 상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의사는 이 반흔의 모양이나 물집이 나타난 시점으로 봐서 수술이 종료된 후 온열기 등에 의해 생긴 상처라고 이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00대학병원장의 자문결과 환자의 반흔이 지방흡입기의 열에 의한 화상으로 생겨난 것인지 피부조직의 과사로 인해 발생한 것인이 정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며 "하지만 의사가 실시한 음압지방흡입술은 초음파지방흡입술에 비해 화상을 입기 어렵다는 것이 자문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흡입을 받은 부위는 저온이라도 온열기에 접촉될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부위자체도 누웠을때 바닥과 밀접하게 접촉되는 부분"이라며 "또한 환자의 반흔은 등배 중앙부분이지만 지방을 집중적으로 흡입한 부위는 측면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따라서 이 반흔이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해 생겨났다고 추정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따라서 환자의 요구는 모두 이유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