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외환자 유치 실적이 미미한 원인은 환자유치 채널 및 외국인 친화적 인프라 부족,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 부족, 법률적·제도적 문제 등 전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아 새정부 정책방향을 자문한 바 있는 경희대 정기택 교수(의료경영학과)가 정부의 해외환자유치사업과 관련해 쓴소리를 남겼다.
정 교수는 9일 오전 '한국의료의 국제화 비전과 해외환자 유치 효율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릴 의료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해외환자유치 추진현황에 대한 평가 및 개선전략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토론회에 앞서 공개한 발표문을 통해 정부의 해외환자유치사업이 전략적 방향성을 잃은채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비 가이드라인 마련 등 병원간 과당경쟁 예방안 전무"
먼저 정 교수는 환자유치 패널 및 외국인 친화적 인프라 부족을 첫번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외국 정부기관과 현지 의료인, 의료보험사, 전문유치업자 등 키플레이어 대한 네트워크 구축이 미비해 환자 유치 채널이 제한적인데다 외국인 환자를 능숙하게 도와줄 수 있는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하다는 것.
또 그는 외국인 진료가격 체계가 불명확한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실제 국제행사 참가시 외국 바이어가 계약체결을 위해 진료가격표를 요청했으나 의료기관에서 외국인 진료가격이 책정되어 있지 않아 계약이 무산된 사례가 있다"면서 "진료비는 해외 환자에게 소개될 의료서비스 상품의 기본 요소이나 의료기관이 공개를 꺼리고 있어 가이드라인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교수는 "이 같이 외국인 진료가격에 대한 체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환자 유치가 본격화될 경우 과당경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주먹구구식 의료법 개정…산업육성 저해하는 규제조항 신설
이 밖에 정 교수는 법·제도의 미비와 홍보전략의 부재 등도 해외환자유치사업의 활성화를 막는 또 다른 문제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법 개정에 있어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인해 산업육성의 취지를 저해할 소지가 있는 규제조항들이 신설됐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의료법의 주요내용은 △의료에이전시업체 규제 △상급종합병원의 일정병상 수 초과 외국인 환자 유치 제한 △비급여고지의무화 등.
정 교수는 "이 가운데 특히 의료에이전시업체 규제 및 민간보험사 참여 금지는 민간보험사의 상품 개발 및 pool을 이용해 현지 에이전시와 보험사·국내 의료기관 간 파트너쉽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와 정부의 해외환자 유치 의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외환자 대상 소개·알선, 의료기관 호텔업 등 각종 부대사업 실시 또한 허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완화가 필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엄경섭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이기효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김강립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이송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해외환자유치사업 효율화를 위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