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의 수면마취제를 사용해 치질수술을 진행하던 중 경과를 충분히 살피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치핵제거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보호자들이 E외과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는 2008년 7월 해당 환자에게 마취전 투약으로서 항생제와 진통제, 진정제를 근육주사한 후 마취전문의의 참여 없이 간호사 3명과 함께 맥박산소포화도측정기만을 부착한 채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로 하여금 환자에게 정맥마취제인 포폴 18ml를 링거세트사이드를 통해 투여하도록 해 수면마취하고, 수술 부위에 리도카인 2ml를 국소마취했다.
그러나 수술을 마친 직후 환자의 상태를 살피자 이미 호흡정지 및 심정지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한편 이 사건 수술은 약 20분 소요됐는데 피고는 수술중 환자의 맥박과 호흡 상태를 알 수 있는 마취기록지를 작성하지 않았고, 심전도, 흡압기 등 수술중 환자의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나 응급상황에 대비한 약제나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는 수술중 환자의 호흡과 순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정맥마취제인 포폴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자의 호흡정지 상태를 신속하게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응급조치 시기까지 놓쳤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발생에는 망인의 신체적 소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며, 피고는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면서 피고의 책임비율을 65%로 제한해 7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