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이라는 질병명을 개정하는 것은 간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걷어내는 시발점입니다. 이를 빨리 마무리지어 간질환자들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고 싶습니다"
대한간질학회 이상도 회장(계명의대)은 최근 간질의 질병명을 개정하고 나선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간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 의미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간질로 판명된 환자 10명 중 7명은 발작없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간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 오해들로 대다수 간질환자들이 극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질이 일반 신경계질환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치병이나 정신병처럼 매도되며 취업과 결혼, 보험문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이를 바로잡는 첫걸음이 바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생겨버린 '간질'이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간질학회는 최근 학회원 및 간질환자로부터 새로운 명칭을 공모받아 각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TF팀을 구성, 간질의 병명을 '뇌전증'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뇌전증은 간질이 뇌세포에서 발생한 이상전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잘 시사하면서도 간질이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오해의 소지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과학적 용어라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학회차원에서 개명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얻어 관련 법령 등이 개정돼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도 회장은 "우선 의료계에 동의를 얻어 의학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후 국회 등에 협조를 받아 법 개정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질'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모든 법령이 개정돼야 하고 그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물론, 의학교과서 등도 다 개정돼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은 작업"이라며 "하지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 회장은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개정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일을 시작한 이상 하루라도 먼저 작업을 마무리 지어 간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상도 회장은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등 일부 복지위 위원들도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의학회도 마찬가지"라며 "하루라도 빨리 개정작업을 마무리 짓고 운전면허 문제 등 현안사업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