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조제자격을 가진 약사라 하더라도 진맥을 통해 한약을 조제하는 의료행위를 했다면 구 보건범죄단속특별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의 의료행위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사람의 생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환자를 진맥하고 한약을 조제해준 혐의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기소된 약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기한 상고심에서 처벌을 인정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6일 판결문을 통해 "구 의료법 제25조 규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자는 누구든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며 "이는 의료인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며 사람의 생명 및 공중위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법조문에는 의료행위의 구체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에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의료법의 목적과 사회통념에 비춰 의료행위의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사람의 생명과 신체상의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은 한약조제자격을 갖춘 약사가 간단한 진맥과 문진을 통해 한약을 조제, 판매한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약사가 비록 한약조제자격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환자들의 맥을 짚고 구체적인 증상을 묻는 것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한의사에 한정된 업무라 볼 수 있다"라며 "이에 이는 구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구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 5조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의사가 아닌 자가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할 때'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구 의료법과 구 보건범죄특별법에 비춰봤을때 약사가 진맥을 통해 한약을 조제, 판매한 행위는 의료행위로, 제제받는 것이 타당하다"며 처벌을 명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