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필수처리법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의료단체들은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법제처(처장 이석연)은 16일 국무회의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96건의 법률안을 별도 분류, 보고했다.
"약제비 통제기능 상실…약제심사기능 무력화로 건강보험 훼손 우려"
법제처가 이날 보고한 중점처리법안 가운데 복지부 소관 법안은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 등 총 8건이 포함됐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안은 현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상임위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정부는 동 법안과 관련 "요양급여기준 등을 위반해 부당원외처방전을 발행함으로써 발생한 약제비에 대한 환수규정이 없어 부당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한 통제수단이 상실될 우려가 높다"면서 "약제심사기능의 무력화로 건보제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법제처는 "의료인의 진료처방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일부 여당의원과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개정안 미통과시에는 매년 200억~300억원의 징수가 불가능해 건강보험 재정건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5단체 환수법안 철회 공동성명…"법안 통과시 규격진료"
그러나 같은 날 의협 등 보건의료 5단체는 범의료계 차원의 환수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며, 반대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병원협회 지훈상 회장, 치과의사협회 이수구 회장, 한의사협회 김현수 회장,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등이 한 자리에 모여 환수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들 단체장은 성명서에서 "원외 약국에서 조제한 약제비까지 의료기관에서 책임지도록 강제하는 약제비 환수법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단순히 기준 위반이라는 이유로 처방한 의사에게 약값을 환수하는 것은 의사를 규격진료에 구속시킴으로써 국민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률개정을 통해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무차별적으로 환수해 오던 정부가 잘못된 관행을 합법화하려는 것"이라면서 "환수법안 입법과 요양급여기준은 위반할 수 없는 법률개념으로 인식돼 이의제기 및 법적소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단체장들은 끝으로 "행정업무 편의를 위해 추진하는 환수법안 입법은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만일 환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의사들은 규격진료에 임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모든 부작용의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의료채권발행법-경제자유구역 특별법안도 6월 국회서 처리
한편 정부는 이날 복지부 소관법안 가운데 △의료채권발행에 관한 법률안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등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의료채권법의 경우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국 의료기관 유치협상(인천)을 지원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정부는 "의료채권법 제정이 지연되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조기상환, 금리인상 등을 요구받고 있는 비영리병원의 경영악화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병원의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되고 지역주민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정부 필수처리법안에는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신고)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 △산재의료원을 근로복지공단에 통합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