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산재의료원장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워 해임시켜서야 되겠나"
보건노조가 최근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소관부처의 잘못을 소속 기관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무마시키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노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산재의료원과 근로복지공단과의 통합이 논란시 된 것은 법률적 부분으로 정효성 의료원장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이 책임을 물어 산재의료원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한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개정이 문제가 됐다면 이는 마땅히 노동부가 나서 국회를 설득해야 할 문제"라며 "따라서 책임을 묻는다면 당연히 통합을 반대하지 않고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던 노동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홍방 보훈병원장에게 경고를 내린 것도 불합리한 처사라는 것이 노조의 의견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진화 방안에 따라 지침을 내려놓고 그 지침을 문제삼아 경고를 내린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보건노조는 "구조조정 등 선진화 방안 지침을 내려보낸 것은 기획재정부였고, 이를 수행한 것은 보훈처였다"며 "보훈병원은 이에 따라 383명을 해고하고 의사 성과급 등을 도입, 극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일고 있는 이러한 갈등은 결국 보훈처의 정책부재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보훈처에 대한 경영평가없이 책임을 병원 경영진에게 묻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건노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전문가를 포함시켜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노조는 "현재 기재부의 기준은 기관의 설립목적을 포함한 공공성을 찾아보기 힘들고, 평가단에도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문제로 결국 정부부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일어난 문제를 병원장들이 다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경영평가를 지속한다면 모든 시민사회와 연대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평가를 즉각 재검토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