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및 수술 대기시간 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전무한 외상진료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투자를 했지만 중증외상환자들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다발성 골절 등 중증외상환자들은 응급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속히 입원장이 나와야 하는데 모든 과에서 기피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학병원은 이런 저런 핑계로 받아주지 않고, 그러다보니 교통사고 전문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다발성 골절환자의 경우 진단명이 많게는 20개까지 붙기 때문에 외상전문의가 1차적으로 커버한 후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정신과 등의 의료진이 신속히 협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만 외상센터도, 협진시스템도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추락사고를 당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골절을 당하는데 어느 과에 입원해야 하느냐”면서 “그 어떤 과에서도 입원장을 써주지 않고 소견만 쓰고 빠지니까 응급실만 미어터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진료를 주도적으로 이끌 외상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도, 병원도 외상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면서 대가 끊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상환자는 대부분 중환자여서 병상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니까 대학병원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상 전문의들은 취업이 보장되지 않고, 몇 년 하다가 다 포기해 지금은 전멸된 상태”라면서 “일해 본 의사가 없으니까 기본이 흔들리고 자꾸 하더웨어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신속하게 진료하기 위해서는 외상외과를 설치하고, 권역별센터와 같이 허브병원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