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 건국대병원이 돌연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대형병원의 JCI 인증 열풍에 대해 비판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증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건국대병원이 첫 사례다.
건국대병원 백남선 신임원장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외국으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을 필요는 있지만 인증비용이 많이 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보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국인들이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할 때 에이전트에서 JCI 인증 여부를 문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평가를 받으면 좋지만 당장 절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좀 더 심사숙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이홍기 전 원장은 지난해 향후 2년 안에 JCI 인증을 받아 해외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하고, QI팀을 QI실로 확대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바 있다.
또한 올해 JCI 평가팀을 초청해 워크샵을 갖는 등 사실상 평가 절차에 들어간 상태여서 연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백남선 원장은 JCI 인증보다 재외동포들을 유치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JCI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수억원이나 들어가고,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원 전직원들이 총력을 쏟아야 하는 등 준비할 게 만만치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과연 국부를 유출하면서까지 국내 의료 환경에 맞지도 않는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JCI 인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국대병원은 순수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JCI 인증을 받는 것보다 재외동포를 우선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건국대병원은 최근 ‘2009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방한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원 40여명을 초청해 병원 투어를 하는 등 재외동포 유치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과 고대의료원, 화순전남대병원이 JCI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인하대병원, 경희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도 전담팀을 구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