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논리를 대더라도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여전히 과다한 상태다. 의사 개개인, 그리고 의사협회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평가위원은 국내 의료기관의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 실태와 관련해 이 같이 평가했다.
올해는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률 등 심평원의 약제급여적정성 평가가 실시된지 8년째가 되는 해.
김 평가위원은 17일 메디게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지속적인 적정성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들의 전체 처방률 평균이 낮아지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급성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평가초기인 2002년 72.89%에 달했으나 지속적인 평가와, 2006년 평가결과의 전면공개 등을 통해 지난해말 55.46%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체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처방률이 크게 낮아진 것. 그러나 기관별 편차가 극심하다는 점은 지속적인 개선 필요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아직도 의원의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55.46%)은 종합전문요양기관(35.16%, 2008년 4분기 기준)에 비해 20.3%나 높고 처방률이 80% 이상인 의원이 3천여개소에 이르는 등 개선의 여지가 많다"면서 "결국 전체 평균은 낮아졌지만 개선노력이 부족한 기관들도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국내 항생제 처방률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급성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네덜란드의 16%, 미국의 43%, 말레이시아의 26%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의료기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심평원이 외국의 항생제 처방률을 왜곡해, 국내 의료기관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외국의 논문에서 일부 상병을 축소하거나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는 국가간 질병분류체계의 차이, 조사자료 및 조사범위, 연구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면서 "의학적 타당성과 근거를 갖추고 비교대상을 산출한 것이므로 왜곡이나 고의적 누락 등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평가 8주년을 맞아 그간 개선노력이 부족했던 기관들에서의 집중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중심에는 의사들을 아우르는 의사협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민 위원은 "지속적인 항생제 처방률의 감소는 의료계의 협조와 노력으로 탄생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다만 항생제 처방률이 여타 국가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더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항생제 처방률이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관들에서 개선노력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의사협회가 중심이 되어 자정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국민들의 신뢰성을 스스로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은 심평원 차원에서도 평가의 신뢰성 및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제처방 인센티브 시범사업 등 미개선 의료기관들에게 정책적 유인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