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 낮은 수가,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7월부터 수가 100% 가산에 들어갔다. 수가 인상에 대해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수가 인상 카드만으로는 심장수술의 심각한 지역 불균형, 전공의 기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흉부외과 수가인상이 남긴 문제와 대안을 모색한다.
-------------<글 싣는 순서>-------------
<1> 심장수술 서울 집중현상 백약이 무효
<2> 수가 인상, 빈익빈 부익부 심화 우려 <3> 나눠먹기식 전공의 배정 수술 시급
<4> 지방 대학병원 흉부외과도 경쟁력 있다
지방에 위치한 A병원 흉부외과. 이 병원에는 4년차 전공의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2006년에 단 한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이래 아직까지 지원자가 전무하다.
"배울 것 없다" 수술없는 병원 전공의 기피 심각
이러한 경향은 비단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수련병원 중 A병원처럼 전공의가 미달되다 못해 수련불능 상태에 빠진 병원은 한두곳이 아니다.
B병원도 3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하고 있고 C병원은 지난해 전공의를 뽑았지만 결국 수련을 포기해 2년째 공백상태다.
지방의 D병원 교수는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전문의 2~3명에 전공의 1~2명으로 흉부외과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원으로는 수련은 커녕 수술의 퀄리티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부 수련병원들이 수련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해당 수련병원의 흉부외과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1년에 시행하는 심장수술 건수가 10건을 간신히 넘기다 보니 사실상 배울 것이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심평원에 의뢰해 전국 병원들의 주요 심장수술 시행건수를 조사한 결과 전국 136개 수련병원 중 6곳은 1년에 심장수술이 10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10여곳의 수련병원은 간신히 10건을 넘겼지만 1달에 1~2건을 시행하는데 그치는 수준이었다.
서울 대형병원들이 1년에 1천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술건수를 보이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상황.
그렇다보니 결국 전공의로 지원해 봐야 배울 것이 없다는 인식은 점점 더 더해만 가고 있고, 특히 상위 년차 전공의들이 없다보니 혼자서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악순환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러한 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주어지는 수술기회가 없다보니 다른 과를 기웃거리다가 타 과로 다시 지원하거나 수련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는 점에서 문제를 더하고 있다.
지방의 E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사실상 지방에는 흉부외과 간판만 달아놨지 역할이 유명무실한 병원들이 많다"며 "이러한 병원들에 왜 전공의가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수가인상은 기본중의 기본…수급정책 원점에서 고민해야"
그러한 면에서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흉부외과 수가가산도 전공의 수급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F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가만 올려서는 전공의 지원율을 높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배울것도 없는데다 고생길이 훤한데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 당근에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있겠냐"고 꼬집었다.
더욱이 수가인상이 일부 대형병원과 지방에 위치한 수련병원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교수는 "사실 500여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전공의 수에 맞춰 이를 배당하다보면 결국 수련환경이 좋은 병원에 예산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며 "수련환경이 안좋아 전공의가 없는 병원은 결국 더욱 소외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잘되는 병원에 예산이 몰리고 안되는 병원은 소외되는 악순환으로 양극화가 더욱 벌어질 확률도 적지 않다"며 "정부와 학회가 나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차라리 한정된 자원을 나눠먹으며 공멸하기 보다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보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전문의 인력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현재 전공의 수급정책을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병원의 요구에만 맞춰 나눠먹기식으로 전공의 수급정책을 세워서는 흉부외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지방의 D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지금도 전공의 수를 서서히 줄여가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으로는 흉부외과의 위기를 타계하기는 역부족"이라며 "학회가 전문의 인력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한 후 전공의 수급정책을 완전히 개혁해 수련환경이 좋지 않은 병원들은 과감히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신 수련환경이 좋은 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소수의 전공의들에게 질 높은 수련을 제공해야 한다"며 "완전히 새 판을 짜겠다는 각오가 없이 수가인상 등 생색내기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면에서 권역별로 흉부외과센터를 만드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의료진이 우수하고 환경이 좋은 병원에 역량을 집중해 전문성을 갖춘 병원을 키우고 이들이 교육까지 맡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G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유명무실한 병원에까지 파이를 나눠주기 보다는 될성 부른 병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광역별 흉부외과센터를 조성하는 것도 환자와 전공의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