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파킨슨병,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원리를 규명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등재됐으며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가 직접 해설을 맡아 학계에 보고할 계획에 있어 화제다.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팀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엘리에저 마슬리아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퇴행성 뇌질환이 확산되며 진행되는 원리를 밝혀냈다고 23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공배양 세포모델과 신경줄기세포의 뇌이식을 이용, 알파-시뉴클린(alpha-synuclein)이라는 신경세포 단백질이 변성되면서 분비돼 인접 신경세포로 전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일부 신경세포에서 발생한 단백질의 변성이 뇌의 여러 부위로 퍼져 병리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은 것.
지금까지 알파-시뉴클린이 파킨슨병과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주요 원인물질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퇴행성 뇌질환이 단백질 변성체의 이동에 의해 확산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특히 이러한 변형과정이 광우병을 비롯한 프리온병의 감염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도 알아내 퇴행성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60~70세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고령화시대에 큰 부담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변성된 단백질의 신경세포간 전파로 퇴행성 뇌질환이 확산된다는 것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향후 뇌질환 치료와 진단법 개발에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재 교수는 "지금까지 단백질 변성체로 인해 질병이 진행되는 것은 광우병 등 프리온병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프리온의 확산원리와 퇴행성 뇌질환의 기전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 및 발전기전의 근거가 제공된 것"이라며 "이번 이론이 완전히 정립된다면 향후 뇌질환 치료 및 진단법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