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전문의의 68%, 외과 전문의의 50% 가량이 의원 개원시 전문과목 표시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의 경우, 개원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타 과목에 비해 높지 않다는 판단하에 의원 경영 및 환자유치 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전문과목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송재성)이 공개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전국 4767개소로 집계됐다.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란 의원의 대표자가 전문의 자격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해당요양기관 명칭에 과목표방을 하지 않는 기관들을 칭하는 것으로, 개원 포화가 심화된 최근 몇년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전문과 미표시 의원은 지난 2005년 상반기 3986개소에 불과했으나, 2006년 상반기에는 4194개소, 2008년 상반기 4395개소, 그리고 2009년 6월 현재 4767곳으로 크게 늘어, 전체 의원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전문과목 포기현상은 가정의학과와 외과 등에서 두드러졌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3명 중 2명, 외과 전문의 2명 중 1명꼴로 개원시 전문과 미표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실제 2009년 6월 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대표자로 있는 의원은 2256개소에 달했으나 이 중 전문과목을 표방한 경우는 742곳으로 전체의 32%수준에 불과했다.
외과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외과 전문의가 대표자로 등록된 의원은 2066개소에 달했으나, 외과과목표방을 한 곳은 전체의 절반인 1032곳으로 전체 미표시 의원의 절반가량을 가정의학과와 외과에서 차지하고 있었다.
이 밖에 산부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흉부외과에서도 상대적으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많았다.
2008년 상반기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명의로 개설되었음에도 개원시 전문과 표방을 포기한 의원은 전국 536개소에 달했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개설기관 256개소, 흉부외과 전문의 개설기관 244개소 등도 미표시로 개원,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안과와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표시 의원이 적었다. 전문과 미표시 형태로 개원된 안과는 전국 4곳에 불과하며 피부과는 10곳, 성형외과는 11곳, 이비인후과는 27곳 등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의료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과목을 간판에 적는 것이 의료기관의 경영, 환자유치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과목별 손익계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안과의 경우 표시과목을 두는 것이 경쟁력 향상에 유리하다고 보지만, 외과와 가정의학과 등은 그 반대로 보고 오히려 표시과목을 숨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