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기관들의 위장폐업을 방지할 수 있는 법률규정이 마련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적인 장벽들에 부딪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업무정지 기간 중 대표자 명의를 변경하는 방법 등으로 급여비를 부당청구하는 사례들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동일장소 요양기관을 타인 명의로 변경해 운영하거나 △ 동일 장소 요양기관을 관리의사 명의로 변경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개설자가 동 기관의 봉직의로 신고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
이 밖에 △업무정지 기간 중 다른 지역에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유령 요양기관을 개설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개설자는 동일 장소에서 타인명의로 변경하고 운영한 일도 있었다.
이 같은 편법행위는 국감 단골메뉴라 할만큼 오래된 관행 중 하나다.
실제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의 처방전 발행 방지대책을 시급히 수립할 것을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편법진료 의료기관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현재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업무정지기간이 발행한 원외처방 약제비에 대한 심사점검, 부당발행기관에 대한 이행실태조사 등이 전부.
하지만 이행실태조사 대상이 많지 않은데다 정황상 위장폐업을 통한 편법진료가 의심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사실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부당발행기관에 대한 이행실태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사실관계 규명이 까다로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에 행정처부서 발송시 원외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다는 안내를 시행하는 한편, 각 협회들과의 간담회를 통한 홍보활동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위장폐업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마련된 '행정처분 승계' 규정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요양기관 양도·양수시 앞서 내려진 업무정지처분의 효과를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규정이 마련됐지만, 현재까지 해당 규정 위반에 따른 적발사례는 단 1건도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에 따른 위반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양도, 양수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행실태점검 등을 통해 관리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약국이 영업정지처분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전산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사전방지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요양기관의 행정처분 내용을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면서 "일부 요양기관의 편법진료를 막기 위해 요양기관 전체의 정보를 노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