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료원이 최근 공개모집을 통해 의무부총장 등 핵심보직자를 내정했다.
상당기간동안 공을 들여 추진했던 공개모집이었던 만큼 나름대로의 보람도 있겠지만 사실 관계자들의 마음은 그리 편할 것 같지는 않다.
보직자 내정설이 소문을 타고 돌면서 발표도 되기전부터 이번 공개모집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인사권자가 이번 공개모집과 관련한 후문들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큰 파장이 일었는지 짐작할만 하다.
사실 이번 공모의 취지는 높이 사줄만 했다.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오직 능력만 판단해 보직자를 임용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가톨릭의대였기에 의료계는 이번 공모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의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서히 뚜껑이 열리면서 혹시나 했던 의구심은 역시나 하는 확신이 됐다. 임명된 보직자들이 학, 석, 박사를 모두 가톨릭에서 마친 인사들이었다.
특히 일부 보직에는 지원서조차 내지 않았던 인사가 내정돼 잡음이 일었다. 해당 보직에는 4명의 교수들이 출사표를 냈었으니 이들 모두 들러리가 된 셈이다.
물론, 여러가지 내부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 또한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당한 인사권을 이용해 보직자를 선출하는 것은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너무도 타당한 권리다.
하지만 공개모집이라는 다소 번거로운(?) 절차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권리는 비판의 불씨를 제공했다. 보직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라는 부분이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된 것이다.
이제 과연 가톨릭의료원이 '능력만 보고 뽑겠다'며 보직자 공개모집을 실시한다면 의료원이 원하는 '능력있는' 인재들이 지원서를 낼지 의문이다. 내부 공개모집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논공행상 인사와 순혈주의를 깨겠다던 보직자 공개모집은 안하니만 못한 시도가 됐다. 이제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가톨릭의료원에게 큰 숙제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