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회원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회원들과 36대 집행부 100일을 뒤돌아보고, 의료계 현안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의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회원과의 대화 이벤트는 썰렁하게 막을 내렸다. 회원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3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만 한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지만 순수한 참여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회원과의 대화가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집행부의 느긋함이다. 의협이 회원과의 대화 일정을 공지한 것은 지난 4일. 행사를 불과 4일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하는 것은 아예 오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회원과의 대화에서 일부 회원들은 집행부의 홍보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하나의 원인은 회원들의 무관심이다. 협회 회무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갓 출범한 집행부가 회원들의 성원과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원과의 대화 진행 방식도 문제였다. 현재 의료계는 안으로는 회장 선거방식의 문제, 밖으로는 원외처방약제비환수법안, NST 환수사태, DUR, 리베이트, 의료서비스선진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지난달 복지부가 원격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의료계로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그런데 집행부는 이런 현안들을 경만호 회장의 대회원 메시지로 간략하게 요약, 발표하는데 그쳤다. 회원들의 질문도 지엽적인 문제를 맴돌았다. 시간도 너무 짧았다.
의협 집행부는 그러나 행사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의료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할 회원이 없는 회원과의 대화.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있는 신생 집행부가 벌써부터 회원들의 무관심 대상이라면 그 문제는 심각하다. 집행부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회원들의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