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얼마 전 원격의료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바야흐로 의료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라며 반기는 쪽도 있다. 그렇지만 원격진료를 두고 의협과 병협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원격의료는 결과에 따라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잘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의원에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의료왜곡의 또 다른 전형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의협과 병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논의를 벌여야 한다.
현재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핵심은 원격의료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문제다.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해 실시하고 필요에 따라 병원급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고, 병협은 출발부터 2차 의료기관과 함께 가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보니 원격진료 논의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복지부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 얼마 전 열린 실무협의에서 복지부는 양 단체의 의견일치를 모색했으나 여의치 않자 복지부의 생각을 앞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지만, 원격의료 문제에서도 벌써부터 의-병협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정부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의료와 관련한 현안을 두고 의협과 병협은 심심치 않게 의견충돌을 빚어왔다. 서로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충돌과 갈등은 양쪽 모두에 해를 입혔다. 그런 만큼 이번 원격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게 된다면, 의료전달체계를 둘러싼 시비도 줄어들 것이다. 그것이 모두 사는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의협과 병협은 평소 상생과 화합을 외쳐왔다. 서로 현안을 협의하는 실무기구도 만들었다.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상생의 미덕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