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앞으로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의 약값을 20% 인하하고 리베이트를 받으시는 분에 대해서도 면허정지 등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장관을 그러면서 받으시는 분의 처벌은 법률로 해야 하니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리베이트 양벌제 규정을 지목하는 모양이다. 박은수 의원 등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에 대해 면허정지 1년에 처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리베이트 문제를 두고 '의심'이 흉흉한데 장관까지 나서서 쌍벌죄 적용을 강조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전 장관은 취임 1년을 맞은 지금까지 리베이트 근절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의지를 알아챈 제약계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자정결의대회를 열어 리베이트를 주지 않겠다고 장관 앞에서 서약까지 했다. 유럽계 다국적 제약사를 모아놓고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는 의료계는 왜 아무런 액션이 없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장관 중에서도 전재희 장관이야말로 진정한 리베이트 근절의 선구자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복지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리베이트-약가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잠잠해진 것 같지만 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언제 다시 어떤 형태로 리베이트 문제가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지만 시간문제다. 장관도 이런 점을 알기에 공중파 방송과의 대담에서 강도 높은 처벌 운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문제는 채찍을 들이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강도 높은 처벌을 내세우기에 앞서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살피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장관은 지금까지 리베이트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와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대통령님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리베이트가 먼저 근절되어야 한다' '리베이트는 반드시 없애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을 뿐이다. 장관이 이런 행동은 오히려 의료계의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의료계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기다리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