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약가연동제 시행 등 리베이트 근절에 나선 복지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면서 학회와 교실 학술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당장에 기부금이 끊기면서 학술대회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학회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민망하고 구차스럽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찬다.
학회의 경우 추계학회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과 계열 A학회 관계자는 "일부 약 많이 쓰는 학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을 맛"이라며 "우리 학회의 경우만 하더라도 메인 스폰서를 잡지 못해 학회 장소 이전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과 계열 B학회 관계자는 "우리학회는 사정이 더욱 나쁘다. 기부금은 고사하고 부스도 힘들다고 손사래 치는 제약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회 장소를 호텔에서 대학 강당으로 옮기는 학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C학회 이사장은 "올해 봄에 성모병원 강당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서비스도 좋고 경비가 크게 절감되었다"며 "올해 추계학술대회도 성모병원 강당에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들도 이제는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호텔 대신 대학 강당 등에서 학회를 열 필요가 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과 서울성모병원 강당이 최고의 인기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교실 주최로 열리는 행사도 크게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교실창립자를 기념해 매년 국제규모 학술행사를 열고 있는 D의대 피부과 주임교수는 "예전에는 기부금으로 연자 초청비용 등을 충당하곤 했는데 지금은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병원에서 나온 지원금과 부스 유치비용으로 충당하려 하지만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서울대병원 마취과 사건은 교실 행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주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해당 교수들은 교실 창립 50주년 행사를 열면서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부금 전액을 행사 비용에 지출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도 아니고 식사비, 기념품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것인데, 이것도 죄가 된다면 앞으로 교실행사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푸념했다.
E의대 내과학교실 주임교수는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학술적인 모임까지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며 "각종 학술행사의 위축은 국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