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입한 지방흡입기계를 사용해 복부지방흡입시술을 무료로 시행하다 유방조직 괴사를 초래한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사가 의료상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함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모의료기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4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2007년 3월부터 이 의료기관에서 이마 부위 보톡스 치료, 팔뚝 부위 저장성 지방용해술(HPL) 등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의사 B씨는 새로 구입한 벨기에 유로미사의 지방흡입기계를 홍보하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A씨를 무료로 시술했다.
그러나 환자는 수술 직후 우측 가슴 아래의 시술부위가 붉게 변하고 누런 체액이 흘러내리는 등 염증 소견이 발생했고, 의사는 배액관을 다시 삽입하고 항생제를 처방했지만 호전이 없어 결국 모의료원으로 전원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환자는 괴사 조직 크기의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유방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우측 유방 부위와 우측 허벅지 부위에 현저한 반흔과 변형이 남게 되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의사는 “환자의 유방조직 괴사는 이 사건 시술로 인한 게 아니라 시술 이후 일상생활에서 외부 세균감염이나 의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내원해 소독과 항생제 치료를 성실하게 받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원에 입원할 때까지 증상이 계속 악화됐고, 유방조직 괴사는 의사가 익숙치 않은 새로운 공기압 방식의 지방흡입기기를 시술도구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조작 및 작동상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가 의사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결과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의사는 의료상의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으로서 모든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다.
또 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유방조직 괴사 등 지방흡입술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시술이 무료로 시행된 점, 환자에게 염증이 발생한 후 의사가 하루 2회에 걸쳐 소독 및 항생제 치료를 하거나 지시했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의 책임 비율을 8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