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역 일대 안과개원가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인근 안과의원에서 덤핑수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법적인 환자유인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 예의주시하고 조금이라도 기미가 보이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는 게 일상이 된 듯하다.
그 실상은 이렇다. 라식안과가 대거 몰려있는 강남역에 뒤늦게 개원한 일부 안과의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식수술비를 크게 낮췄다.
그러자 이미 의료쇼핑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이 낮을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기존에 강남역에 자리를 잡고 있던 안과의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안과의사회는 불법광고를 실시한 혐의로 모 안과의원을 고발, 해당 안과는 벌금형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해당 안과의원이 이에 항소하자 이번에는 법원에 탄원서를 보내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물론 의료시장을 헤치는 의료기관이라면 동료라도 마땅히 엄히 다스려야 하지만 동료 안과개원의들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모습은 어딘지 씁쓸하다.
이처럼 분위기가 살벌하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한다.
얼마 전 강남역 교보빌딩에 들어선 대형안과의 등장에 인근 안과 개원의들은 "덤핑수술로 환자를 다 끌어 모으는 게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조금이라도 덤핑수술 조짐을 보이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달 뒤 인근의 한 안과의원이 위의 대형안과를 보건소에 신고했다. 홈페이지에 '최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해당 보건소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 시정조치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이 또한 씁쓸함을 남긴다.
동료 개원의에게 신고를 당한 안과 관계자는 "사실 우리는 고가장비를 사용하는 등 고가전략을 추구하는데, 인근 안과들이 우리가 덤핑수술을 할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문득 얼마 전 만난 한 개원의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동료 개원의들끼리 점심도 함께 즐기며 정보를 교환하는 개원의들이 부러움을 살 정도로 개원시장은 살벌하다. 일단 환자가 몰린다 싶으면 해당 의료기관의 꼬투리부터 잡으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