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환자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자 복지부가 서둘러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일선 보건소의 공간과 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니 일선 병의원들이 나서 확산방지와 치료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다수 병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후속대책과 지원책도 없이 거점병원만 지정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불만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복지부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장관이 직접 전국 치료거점병원 원장들을 모아 간담회를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고 장비는 물론, 감염관리료 등 각종 수가도 지원해주겠다고 거점병원들을 달랬다.
그러나 이러한 장관의 읍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몇일 후 불과 수십개의 마스크를 받아 든 거점병원들은 실망감을 내보이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것이 불과 100여개도 되지 않는 마스크와 4천원에 불과한 감염관리료냐며 불만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거점병원 지정 당시 대다수 병의원들은 책임감을 보이며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국가적 위기상황인데 우선은 정부를 도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마저도 정부에 등을 돌린지 오래다. 타미플루는 공급되지 않고 그나마 받아든 타미플루는 처방할때 마다 보건소에 보고해야 한다.
더욱이 무상으로 모든 필요장비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한뒤 돌아온 것은 100여개의 마스크 뿐이었고 실비보상 정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의료기관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 국가적인 위기상황에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생각해볼 것은 과연 이들의 희생을 강요할 만큼 과거에 충분한 명예와 보상을 주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또한 거점병원에 지정되지 않은 경쟁 병의원들과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대적 박탈감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조건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어느 누가 과연 정부의 정책에 참여할 것인가. 의사로서 가지는 책임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책임감보다 공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