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상황인만큼 손 놓고 있을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어서야 되겠습니까"
신종인플루엔자 대응체계를 두고 의료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인들의 경우 진료현장이라는 최일선에서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정부의 대응책이 미흡하다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출연하자, 그간 방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신종플루 대응체계를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사망자 출현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정부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겠지만, 의지가 너무 앞섰던 나머지 곳곳에 허점을 남겼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대응체계 전환 초기 정부가 민간의료기관들의 협조를 구하고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는데 있다.
민간의료기관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사태를 진정시키는 핵심열쇠로 부상했음에도 의료계의 협조를 구하는 대신 상명하달식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의료계의 반감과 혼란을 부추긴 것.
실제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폐렴환자 일일보고 확대, 컨벤셔널 PCR검사 한시적 급여화 등 갖가지 대응책들을 쏟아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직 전장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장수를 최소한의 방어도구도 쥐어주지 않은채 싸움터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어진 치료거점병원 명단공개도 또 다른 갈등을 불러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재난단계 격상을 계기로 각 지자체를 통해 지정했던 치료거점병원과 약국의 명단을 사망환자발생 일주일만인 이달 21일 전면 공개했다.
문제는 이들 치료거점의료기관들은 물론, 명단공개를 결정한 정부조차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데 있다.
병원내 격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치료거점의료기관 의료진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도 미흡하다보니 거점병원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별다른 지원도 없이 의무만을 강요한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은 지난 25일에서야 부랴부랴 치료거점병원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거점병원의 역할과 지원책에 대해 설명했지만 의료기관들의 혼란과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가을이 신종플루 대유행의 가장 큰 고비로 점쳐지고 있다.
일반 국민에 대한 백신공급이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올 가을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방역체계의 구축과 함께 환자를 초기발견, 치료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
결국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열쇠를 보건당국과 환자를 진단, 치료하는 일선 의료기관들이 나누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불협화음은 국민들의 불안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한쪽이 주도하고,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체계로는 촘촘한 그물망을 엮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기관을 위기돌파를 위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지지와 지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