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병원들이 신종인플루엔자 응급치료를 위한 치료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역 보건소에서 병원에 수차례 찾아가 간곡히 설득했으나 끝내 거부당했다고 한다. 치료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한 병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병원으로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 사를 자랑하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병원들이다. 인력, 장비,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이들 병원에 상대가 되지 않는 의원급도 참여하는 마당에 책임을 회피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독립병원의 환기시스템이 불충분하고 국가격리병상이 완공되지 않아 지정병원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둘러댔으나 군색하기 그지없다.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서 사회적인 책무가 막대한 병원들이 국가의 재난 상황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여론도 서울대병원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가 최고병원으로 정부예산 등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에 따른 외부인사의 잦은 병원방문을 이유로 내세운 세브란스병원도 군색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다음 주 거점병원에 참여할 것이라고 하니 더 지켜볼 노릇이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설, 장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무 이행은 필수적이다. 신종플루 환자가 매일 100명 이상씩 늘어나고 대유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정병원 참여를 거부한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상황이 더 열악한 중소병원들도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위해 거점병원에 참여한 마당이다. 심지어는 의원급도 거점병원에 참여하고 있다. 대형병원들이 국가적 사태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작은 이익에만 집착한다면 결코 최고병원의 위치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등은 지금이라도 거점병원 참여를 결정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