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적십자병원 이명신 원장을 아는 병원계 인사들은 그를 ‘경영의 귀재’라고 부른다.
통영적십자병원은 이명신 원장이 2006년 1월 취임하기 이전 10여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만 보더라도 매년 적게는 4억여원에서 많게는 12억여원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원장은 취임 첫해 4443만원 흑자를 내더니 이듬해에는 2억1005만원, 2008년에는 5394만원 이익을 남겼다.
그의 명성은 통영적십자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2001년 9월부터 2004년까지 서산의료원장을 역임하면서부터 자자했다.
서산의료원장 역시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00년 12억원 적자였다. 그러던 것이 2002년 6억원, 2003년 8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최우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통영적십자병원은 1955년 설립된 118병상 규모의 중소 공공병원이다. 54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균열이 심각할 정도로 노후화된 상태다.
그는 “취임해서 가보니 34군데나 비가 새고 있었고, 지역 주민들은 죽을 때나 가는 병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진료실적도 형편없었다. 1주일에 기껏 수술 3건을 하는 게 고작이었고, 맹장수술 환자까지 다른 병원으로 후송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의사, 간호사 컨퍼런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적십자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이 전무했고,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이명신 원장은 가장 먼저 교육에 힘을 쏟았다. 의사, 간호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월 1~2회 이상 컨퍼런스를 열도록 했다.
또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두 차례 일과시간 후 친절, 주인정신, 직무, 신의료기술, 의료사고 예방 관련 교육을 시키고, 매일 병원 주차장에서 친절운동을 해 나갔다.
이명신 원장은 수술을 하지 않는 외과의사, 응급환자 진료 호출에 응하지 않는 의료진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신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싶은 정형외과 전문의는 대학병원에 파견 보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병원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소아환자 진료를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하려고 하자 노조가 적자만 늘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뜻을 관철시켰다.
그는 “소아 응급환자들이 죽게 생겼는데 적자가 난다고 진료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지역주민들을 살리지 못하는 공공병원은 없어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직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도 섬세하게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직원들 생일을 직접 챙기고, 매년 두차례 편지를 보내 노고를 위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역 단체와 연계해 이발, 목욕, 안내 도우미, 환자복 수선, 차 대접 등의 봉사활동을 시작해 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명신 원장도 노인환자 목욕봉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그의 행동을 비웃던 직원들도 하나 둘씩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 건강검진, 각종 건강강좌를 열고, 통영적십자병원의 공공의료사업도 적극 홍보해 나갔다. 그는 취임 이후 300회 이상 이런 지역밀착형 행사를 열었다.
그러자 통영적십자병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 150여명에 지나지 않던 외래환자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05년 7만2384에서 2008년에는 9만1308명으로 26%나 증가했다.
수술 역시 2005년 414건에서 2008년 509건으로 20% 이상 늘었다.
그렇다고 통영적십자병원이 수익성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노인 인공관절수술을 318건 시행했지만 이중 116건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시술이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은 다문화가정은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무료진료를 하지 않으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공공의료기관이 해야 할 역할이 이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그가 늘 당부하는 말이 있다. “환자를 돈으로 생각하지 말라.” 공공병원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통영적십자병원의 숙원사업은 새병원 건립이다. 안전진단 결과 4~5년 이내에 신축하지 않으면 붕괴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가 새병원 신축을 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 외에 지역 특성상 치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이 입원치료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명신 원장은 “공공병원이 치매환자나 알코올 중독환자들을 치료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면서 “정부가 이들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공공병원의 주인은 시민”이라면서 “민간병원과 다른 사고가 필요하며, 그래야 지역 주민의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