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구에 위치한 서울나우병원. 이 병원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없다.
그 흔한 출퇴근 기록기도 찾아볼 수 없고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상사도 없다. 아니 상사라는 개념조차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환자들이 말해준다. 관절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이 병원 홈페이지에는 날마다 환자들의 칭찬글이 쏟아진다. 모두가 직원들의 친절을 칭송하는 문구다.
환자 충성도도 상당하다. 서울나우병원은 그 흔한 인터넷 광고도, 전단광고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밀려드는 환자로 병원은 늘상 북새통을 이룬다.
불과 몇달 전 병원 옆 건물로 확장을 했지만 이 공간도 부족해 새로운 공간을 찾고 있다. 결국 이 환자들은 모두가 입소문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다.
열린 경영, 직원들이 화답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에서 30년간 임상을 해온 강형욱 대표원장의 유연한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조건적으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한국의 의료문화에 회의를 느끼던 중 한 간호사가 제안한 탄력근무제가 발단이 된 것.
법정 근무시간인 40시간을 지키는 선에서 의료진간에 협의로 수술 스케줄을 정하고 이에 맞춰 개인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자는 언뜻 무모할 수 있는 의견이 채택되면서 지금의 근무시스템이 정해졌다.
베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고 이직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또한 그에 맞춰 환자들의 만족도도 정비례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1년에 3번씩 나가는 의료봉사와 공동예배도 직원들의 공동체의식을 높이는데 기폭제가 됐다. 매년 10일 정도를 해외에서 함께 생활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아침마다 예배를 하면서 직원들은 점점 더 가까워져 갔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직원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들어 학비 등을 지원하고 해외학회에 참석을 독려하며 비용을 지원하면서 서울나우병원은 들어가면 이직하지 않는 병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팀별 업무시스템도 많은 병원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서울나우병원은 모든 사업이 철저한 팀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의 팀장이 내일의 팀원이 되고 새까만 후배가 노하우가 있을 경우 팀장으로 오기도 한다. 결국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나우병원 성정남 원장은 "직원의 만족도가 곧 환자만족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관리에 올인 "진정한 협진 지향"
의료의 질관리에 역량을 집중한 것도 성공에 큰 밑바탕이 됐다. 이 또한 5명의 원장단의 확고한 맏음의 산물이다. 병원에서 중요한 것은 시설과 장비가 아닌 의료의 질이라는 철학이다.
실제로 서울나우병원은 환자가 내원하면 의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로 이뤄진 전담 의료진이 정해진다.
이 전담 의료진은 환자가 입원해 퇴원하고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의 관리를 맡아 치료방법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환자와 상담한다.
그렇기에 회진광경도 독특하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와 운동치료사는 물론 약사까지 함께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체크하고 치료스케줄을 정한다.
모니터를 통해 수술장면을 환자와 보호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서울나우병원의 노력으로 환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성정남 원장은 "우리나라 의사는 지시에만 익숙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이러한 문화는 바뀔때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진과 환자는 물론, 각자의 역할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도 충분히 상담하고 고민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그러한 노력이 곧 의료의 질로 이어지고 의료의 질이 높아지면 환자는 알아서 찾아오게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병원 "의술은 봉사의 수단"
사실 서울나우병원은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실제로 중국와 인도의 의료진들은 수년째 서울나우병원을 방문해 수술법을 배워가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강혁욱 대표원장의 이력이 한몫했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도미해 미국에서 전문의 자격을 받은 강 원장은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를 거쳐 OMNI 정형외과 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미국에서 30년간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며 쌓은 임상기술을 한국에 보급해 사실상 한국 인공관절의 역사책으로 불리고 있다.
의료봉사에 뜻이 있던 강원장의 철학과 포부에 뜻을 같이 하는 4명의 서울의대 후배들이 동참하면서 서울나우병원은 의료봉사의 기수로 활동하고 있다.
우선 연변에 대학병원급 기관을 만들었고 연변인들을 미국 의대에 보내 이들 대다수를 교수로 만들었다.
또한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NFC를 설립했다. 특히 서울나우병원은 진료수입의 상당부분을 프놈펜 NFC에 투자, 수년내로 프놈펜에 의대와 간호대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도에도 학교를 세우고 있고 탄자니아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NFC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봉사에 직원들도 열정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바자회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앞장서고 있고 1년에 3번씩 의료봉사를 떠날때도 모두가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성 원장은 "한국에 의료체계가 세워지지 않았을때 세브란스가 세브란스병원을 세워 의료를 일으켰 듯 서울나우병원도 도상국에 그러한 역할을 하고 싶다"며 "각 대륙마다 NFC를 세워 의학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