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악화'라는 이슈가 크게 부각된 가운데, 의료공급자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강조하며 맞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대이슈로 부각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올해 수가협상의 최대 화두는 불투명한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다. 건보공단은 수가협상마다 건강보험 재정상황을 언급하면서 공급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3조2703억원의 누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누적수지 흑자는 국고지원금의 조기수납에 따른 것이며, 하반기 보장성 강화까지 시행되면 재정전망을 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특히 경기악화로 인한 올해 임금인상률 둔화는 내년도 건강보험료 수입에 큰 영향을 미쳐, 건강보험 재정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분석. 올해는 약2조3700억원의 누적흑자가 발생하지만, 내년에는 2조7천억원의 당기적자가 발생해 3100억원의 차입상황이 발생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경기악화로 인해 건강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기에, 의료공급자들의 수가도 최대한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단체와 시민단체들도 건강보험 재정 유지를 위해서 건강보험료 일부 인상은 불가피한데, 이는 수입이 동결된 가입자들이 실질소득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만큼 의료공급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건강보험료를 동결하면서 의료공급자들의 수가를 인상해준만큼, 올해는 수가가 동결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악화는 의료공급자와는 무관"
건강보험 재정이슈는 의료공급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단일보험자 구조에서 수가협상의 키는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만큼, 재정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건강보험공단이 수가협상의 카드로 재정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수가협상이 건보공단과 원만하게 타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한 의료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작년보다 올해 수가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공급자들은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한 경제위기로 결국 공급자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의료공급자들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주장에 대해 정부책임론도 주장했다.
수년째 제대로 납입되지 않는 국고보조고금 문제, 신종인플루엔자 관련 비용 건강보험 지출, 취약계층 노인에대한 국고 지원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재정의 문제가 정부의 책임에 있는 것이지, 의료공급자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건강보험 재정과 수가인상은 별개문제"라면서 "보험료 인상률을 고정하고, 수가를 조정하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보험재정 누적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라면 금융기관 차입이나 국고지원을 통해 해결해야지 수가를 억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배수진 친 의사협회-선거앞둔 약사회
의사협회의 경우 올해 수가협상에 배수진을 쳤다. 2년째 수가협상이 결렬된 의사협회는 올해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수가협상 제도 거부도 시사하고 있다.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올해도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수가제도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공단이 의료계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진료비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다른 공급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수가인상요인이 많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년 수가협상이 결렬된 데서 보듯이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할 수가인상 수준과 타 공급자와의 상대적 차이 여부가 협상타결의 최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협회는 종합전문병원과 요양병원의 진료비가 급격한 증가세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올해 수가협상이 만만치 않다.
올해를 보더라도 지난 1~8월 급여비 청구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1.4% 증가했는데, 종합병원이 12.6%, 병원이 20.1%나 늘었다. 반면 의원은 6.7%, 약국은 10.3% 늘어 평균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보장성 강화 효과가 병원계에 집중되는 만큼, 건보공단이 이를 수가인상효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이다.
병협은 수가협상을 위한 TF를 구성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명분보다 실리를 챙겨온 약사회의 경우 올해 12월 약사회장 선거가 있다는 것이 강력한 변수다.
약사회는 지난 두번의 수가협상에서 각각 1.7%, 2.2%에 합의했지만, 회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현 집행부가 올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합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의사협회나 치과의사협회의 경우에도 비급여 부문의 위축 등으로 인해 보험급여 영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예년만큼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특히 한의계의 경우 건보공단이 진료비 증가율에 주목하고 있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탐색전을 마친 의료공급자와 건보공단은 내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벌인다. 28일에는 병원협회, 한의사협회가 29일에는 약사회가 건보공단과 2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