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중인 산모가 약물을 복용했다 하더라도 약물이 모유를 통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마더리스크프로그램 한정열 교수팀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일병원 콜센터를 통해 약물상담을 받았던 291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모유수유와 약물의 안정성과 위험성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케이스에서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연구결과 산모가 약물을 복용했다 하더라도 아기에게 부작용이 나타난 빈도는 1.7%(n=5/291)에 불과했으며 이 역시 무른변(n=4), 졸리움(n=1)으로 모유수유 동안 자연히 회복됐다.
연구팀은 조사결과 산모가 약물복용 중 모유수유를 지속했더라도 아기에게 치료가 필요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산모가 급성질환, 혹은 만성질환으로 어쩔 수 없이 약물복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무작정 모유수유를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제일병원의 권고다.
실제로 대다수 산모들은 전문가와의 상담 후에도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유를 중단하고 있었다. 조사결과에서도 10%(n=29/291)가 약물을 복용한 뒤 수유를 중단했다고 답한 것.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수유 중 금기가 되는 약물은 실제로 많지 않으며 대부분의 약물이 모유수유 시 신생아의 건강에 큰 해가 없다"며 "하지만 산모는 물론, 의료진들도 수유 중 약물 복용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어 모유 수유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을 꼭 복용해야 하는 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젖을 먹이기 위해서 질병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약을 먹기 때문에 수유를 할 수 없다고 혼자서 결정하는 것은 질병의 치료와 아기의 건강을 위하는 관점에서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일병원은 약 복용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약을 복용하지 않고 증상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가령 코가 막힐 때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근육통이 있는 경우 마사지를 받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는 것.
또한 만약 약물 복용이 불가피 하다면 가능하면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처방받고 약물선택시 아기에게 부작용이 적다고 잘 알려진 약, 반감기가 짧은 약 그리고 모유로 분비되는 양이 적은 약을 선택 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